K팝과 민중가요가 어우러진 탄핵 집회
이미 많은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고 며칠 전 나도 이 블로그에 올렸듯이 현재 윤석열 탄핵 집회는 20~30대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각자 손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나온다는 사실은 이제 모두 아는 사실이다. 나 역시 어제는 이승윤 응원봉인 도킹봉을 들고 집회에 다녀왔다. 내 살다 살다 응원봉을 들고 시위 현장에 나갈 줄이야. 현장에서는 역성 바람박이 점퍼를 입은 삐뚜루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나저나, 오늘 이승윤은 또 자신의 인스타에 윤석열의 계엄 선포 변명 담화문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글을 올렸다. 이 때문에 일베들한테 댓글 공격을 받는 중... ㅠㅠ 삐뚜루 여러분, 선플로 떠내려가게 해주세요.
며칠 사이 집회 현장에는 눈치 빠르고 손 빠른 업자들이 만든 응원봉과 비슷한 모양의 야광봉을 많이 팔고 있었다. 젊었을 때 시위 좀 해봤을 것 같은 중년 남자들이 저마다 손에 소녀 취향의 야광봉을 들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이채로운 광경이었다. 아마 딸의 것을 들고 나왔거나 당근에서 산 것 같다. 어느 중년 부부가 아이돌 음악을 따라 부르려고 애쓰는 모습도 봤다.
이런 모습을 보니 정말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엄숙주의에 사로잡힌 중년 남자들이 진지한 멘트를 날렸을 것이다. "시위가 장난이야? 시위 집회하는데 왠 응원봉에 K팝 댄스야"라고.
하지만 그런 멘트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모두 딸 세대의 이 유쾌하고 발랄한 시위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SNS에도 기성세대들의 ‘나도 응원봉을 샀다’는 증언(?)의 글과 사진들이 넘쳐난다. 그중 몇 가지만 간추려본다.
가수 이승윤 열성 팬인 마눌님한테 혹시 응원봉 있냐고 물었더니 서랍에서 여러 개가 나와. 이 아줌마가 이런 거 들고 콘서트장 가는구나. 우주선 도킹 스테이션이라는데...ㅋㅋㅋ 이번 주 토요일 이거 들고 여의도로. 나 MZ 세대로 위장해야지. K-POP 춤도 배워야 하나.”
“오늘이 그 애 생일인 것을 어젯밤에 알았다. 계엄령 이후 마음이 멀리 달아나 있었다. 아침에 생일 선물로 응원봉을 사주겠다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주문하라고 했다. 딸은 좋다고 했다. 이번 토요일에 들고 가자고 했다. 남편은 딸이 응원봉을 샀으니 토요일에 가서 밤늦게까지 있어야겠다고 했다.^^ 딸아. 네가 이 응원봉을 사서 한두 번밖에 못 쓰고 탄핵이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니?“
“드디어 조용필 응원봉 등장~^^ 6일째, 앞뒤로 대구 동성로를 가득 메운 시민의 열기로 추운 줄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70대 조용필 팬클럽 형님까지 조용필 응원봉을 들고 나오셨습니다. 윤석열 탄핵! 대구도 끝나갑니다. 위대한 대구시민! 사랑합니다~“
이런 기성세대의 호응에 답하듯이 MZ 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젊은 시절 시위 현장에서 불렀던 민중가요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걸핏하면 정치권에서 국가의 공식 행사에서 부르네, 마네 하는 대표적인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MZ 세대가 따라 부르는 모습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https://youtu.be/kxH66AfIQ-4?si=D6rBgXS3Jd1mmD-w
그런가 하면 유튜브에 누군가 대표적인 민중가요와 그 시절 시위 현장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는데 그 밑에 달린 젊은 네티즌들의 댓글도 인상 깊었다.
https://youtu.be/2aHt78BvK-c?si=kxEm1o6SSHvuq7sD
”21세 여성입니다. 얼마 전 젊은 세대와 함께 시위를 하기 위해 어느 중년분이 ‘다만세’ 가사를 달달 외워오셨다는 것을 봤습니다. 저희도 윗 세대 분들이 불의에 맞서 투쟁하실 때 부르셨던 민중가요 가사 열심히 외워서 목청이 터져라 부르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해서 이깁시다!!
”40-50대 분들이 아이돌 노래 가사 외우신대서 민중가요 배워갑니다. “
”끝내주는 예습으로 당일 날 기깔나게 부를 준비 됐습니다. “.“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20대 때 불렀습니다. 이젠 우리가 나설 차례입니다. 이대로 나라가 망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끝으로, 지난밤 집회 현장에서 새로운 떼창곡으로 등장한 노래를 소개한다. 퀸의 ‘We will rock you’의 멜로디에 가사를 개사해 넣은 곡이다. 이거 손뼉 치며 따라 하니 신이 나면서도 은근히 투쟁 의욕이 솟구쳤다.
내가 춤을 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사회 운동가 엠마 골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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