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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ssue

윤석열 탄핵안 가결

윤석열 탄핵안 가결 순간 떠오른 세 사람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되던 순간 나와 친구들은 국회 앞에 있었다. 낮 시간인데도 날씨가 꽤 쌀쌀했다. 사실 여의도는 한강이 바로 옆에 있어서 다른 지역보다 1-2도 정도 체감 기온이 낮다. 국회의원들의 투표가 진행되고 개표가 시작됐다는 뉴스가 들려오자 날씨 때문이었는지 혹은 긴장 때문이었는지 몸이 떨렸다. 차마 떨려서 내 휴대폰을 못 보고 옆 사람이 틀어놓은 휴대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을 때 갑자기 엄청난 환호성 소리가 들려와서 가결됐다는 것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들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는데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세 명의 인물이 떠오른다. 윤석열, 박근혜 그리고 조국.

대한민국의 정치는 참으로 희한하고 이상하다. 자기 당의 대통령을 기소하고 중형을 이끌어내서 몰락의 길을 걷게 했던 검사 윤석열. 그런 그를 자기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던 국민의힘. 그리고 다시 자기 당의 대통령이 탄핵되는 비극을 맞게 된 역사의 이 아이러니한 수레바퀴.

 

오늘 윤석열이 탄핵되는 것을 박근혜 또한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녀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겪었던 치욕을 외면한 채 오로지 보수 정권의 안정을 위해 윤석열의 대통령에 취임식에 참석했고 언젠가 둘이 만나 웃고 대화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윤석열 탄핵 순간을 지켜보며 그녀는 비로소 복수를 했다고 생각했을까. 또 한번 보수가 몰락하는 현장을 지켜보며 안타까워 했을까.

 

 

또 한 사람이 떠오른다. 지난 1212일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아 조만간 영어의 몸이 될 그는 오늘 탄핵안이 가결된 것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재인 정부 시절, 변방을 떠돌던 검사 윤석열을 자신이 추천해서 검찰총장을 만들었지만 그는 바로 그 윤석열에 의해 집안이 멸문지화를 당했다. 윤석열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이다.

애초에 조국의 사모펀드 비리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는 먼지털이 수사 끝에 결국 사모펀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자녀의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인정되어 결국 대법원에서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사실 입시를 위한 스펙 부풀리기가 어떻게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치면 거기에 안 걸릴 사람 별로 없다.

애초에 조국이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그는 윤석열 검찰에게 그토록 참혹하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조국은 감옥에 수감 될 것이다. 오래 전부터 감옥에 갇힐 것을 대비해온 그는 수감 기간 동안 바빠서 못 읽었던 책들을 읽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서 그 자신의 표현대로 더욱 맑은 사람이 돼서 돌아올 것이다.

 

 

 

윤석열 또한 머지않아 조국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평생 남을 잡아다 집요할 정도로 털어대고 감옥에 보내는 일만 해왔던 검사 윤석열. 지난 26개월 그는 대통령으로서 영욕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내란죄 피의자 신분이 돼서 조사를 받고 조만간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는 감옥에 갇혀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꽤나 심심할 것이다. 더구나 매일 저녁 마신다는 술도 못 마실테니 무슨 낙으로 살게 될까.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면 이를 갈며 보내게 될까. 아마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 상상했던 일이 불과 며칠 사이에 곧 다가올 현실이 되었다. 사람의 일이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