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라는 괴물은 어떻게 탄생했나.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는 데는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성장기의 가정환경이며 조금 크면 학교에서 받는 교육이 그것이다. 세 번째는 사회에 나가서 하는 일의 성격이 최종적으로 그의 인격을 완성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이라는 한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그는 어쩌다 저런 괴물이 되었을까.
청년기의 윤석열
그는 자신의 입으로, 대학생이 될 때까지도 아버지에게 고무호스로 맞았다고 말했다. 그 무렵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부친이 다 큰 자식에게 그런 폭력을 가했는지는 모르겠다. ‘맞을만 했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힘을 더 가진 사람(아무리 그가 부모라 해도)이 힘이 약한 사람을 폭력적으로 제압하는 것에 반대한다.
성인이 된 자식을 때렸을 정도이니 그 아비가 성장기의 자식에게는 폭력을 가하지 않았을까. 본인의 입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유년기나 청소년기에도 어느 정도 가정폭력을 겪었을 거란 짐작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을 겪은 아이의 심리와 정서에 분노와 증오, 불안, 우울 등 부정적 감정이 내재화된다는 것도 일반적인 상식이다.
사법고시 9수
그런 인격이 형성된 청년 윤석열은 사법고시를 무려 9수나 하게 된다. 9수. 하나의 시험에 여덟 번 떨어지고 아홉 번만에 합격했다는 것. 여기서, 그가 얼마나 게을렀는지, 얼마나 머리가 나빴는지에 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객관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고시원 시절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 종종 술을 마셨다는 일화는 읽어본 적이 있다).
다만 사람이 어떤 목표로 하는 일에 8번이나 실패하면 그 내면에 좌절과 불안, 열등감 등이 자리 잡을 것이다. 자신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던 친구나 후배들이 먼저 사시에 합격해 판검사가 된 모습을 보면서 늙은 고시생 윤석열은 부러움과 질투심에도 사로잡혔을 것이다.
검사 윤석열
마침내 아홉 번만에 검사가 됐을 때 그는 자신 앞에 꽃길만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의 검사 초년 시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가 대중 앞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때부터였다. 그는 이때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수사를 해서 지방 한직으로 좌천된다. 그런 그가 화려하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시절부터였다. 검사 윤석열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알고보니 검찰 조직과 아내에게만 충성하는) 일약 ‘스타 검사’가 되었고, 자기 손으로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보내는 쾌거(?)를 올렸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마침내 검찰의 꽃 중의 꽃인 검찰총장직에 올랐다.
26년 동안 그가 사회에 나와 한 일이라고는 사람들을 잡아다 그 죄를 묻고 감옥에 보낸 것이 전부였다. 재벌 총수들은 물론 심지어 전직 대통령들까지 감옥에 보냈으니 그에게 세상은 자기 손바닥 위의 공깃돌처럼 보였을 것이다. 갖고 놀만큼 놀다 휙 감옥 안에 던져 넣으면 그만인 공깃돌.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에서 못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그를 ‘공정과 정의와 상식의 화신’으로 떠받들었다. 누구보다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몰상식한 그의 정체는 철저하게 언론을 참칭한 지라시들에 의해 가려졌다.
자신을 왕이라고 착각한 대통령
그렇게 국회의원조차 한번도 못해본 정치 초보 윤석열은 너무나 쉽게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민주 공화정 체제하에서 대통령이란 무한 책임을 지고 국가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일꾼’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감히 봉건 체제하의 ‘왕’을 꿈꾸었다. 그가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쓰고 나왔던 ‘임금 王’자는 단순한 주술적 의미를 넘어 실제 대통령직을 수행한 2년 반 동안 글자 그대로 구현되었다.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개껌 정도로 간단하게 무시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여당 대표를 수시로 갈아치웠다. 검찰을 자신의 충견으로 부리는 것은 그에게는 지극히 상식이어서 자기 아내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막았다.
하지만 그가 공깃돌처럼 다룰 수 없는 영역이 단 하나 있었으니 바로 국회, 더 좁혀 말하면 거대 야당이었다. 애초에 민주당이 거대 야당이 된 것도 윤석열 본인의 탓이 크지만 그는 부정선거 때문이었다고 철저하게 믿고 있다. 왜?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의회 민주주의 국가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건강하게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윤석열에게는 이것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왕인데, 왜 저것들은 내 뜻을 거스른단 말인가. 왜 내 사랑하는 아내를 이렇게 못살게 군단 말인가. 어떻게 감히 저럴 수 있나. 저것들을 총칼로 싹 쓸어버리고 내 말을 잘 듣는 것들로 의회를 다시 구성해야겠다. 그래서 천년만년 왕 노릇을 해야겠다(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증언과 증거들이 그가 영구집권을 꾀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윤석열
이제 그의 시대가 끝나가는 것이 눈앞에 보인다. 그의 정치적 수명은 다했다. 그는 지금 벼랑 끝에 서있다. 뒤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곳에 서서 그는 자신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소수의 극렬 지지자들을 믿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
얼마 전 그는 분명히 전 국민 앞에서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임하겠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갖은 구차한 변명과 핑계를 대며 그는 찌질하고 구질구질하게 굴고 있다. 기어이 전 세계 앞에 체포되어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 국격을 떨어트리겠다는 심산인가(여기서 더 떨어질 국격이 남아있기는 할까).
돼지를 잡을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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