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누군가 어느 SNS에 올린 글을 봤다. 동생이 공연 업계에서 일하는데 이번 제주항공 참사 때문에 공연이 취소되면서 손해를 입게 됐다고. 오랫동안 일이 없어 힘들어하다 이번에 모처럼 큰 공연 일을 하게 돼서 좋아라 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이태원 참사 때도 공연이 취소돼서 힘들어했다고..
제주항공 참사는 분명 끔찍한 일이고, 너무나 안타까운 많은 죽음들 앞에 우리 모두 애도를 해야 하는 건 당연히 맞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애도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애도만’ 하라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애꿎은 문화 예술계가 피해를 입는다. 이런 조치의 근간에는 문화 예술 분야는 우리가 일상을 누리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아니므로 제외시켜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이 분야의 일은 소위 ‘먹고사니즘’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고,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 문화 예술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이며 생계가 걸린 문제다. 공연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몇 달 동안 매달려 땀과 눈물을 흘려 준비한다. 그런 수고가 보상도 받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그것을 보상해 주는 것도 아니다. 기획사 측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선의로 몇 %라도 보전해 줄 수밖에 없다. 그것조차 못해준다면 ‘사기죄’로 고소, 고발전이 일어난다(이런 일이 문화 예술계에선 비일비재하다).
방송계도 마찬가지다. 가령 예능, 오락 분야 역시 이런 국가적 참사가 일어나면 방송이 밀리게 된다. 방송 프로그램은 on-air가 된 후에 출연료든, 스탶들 비용이든 지불되기 때문에 만일 제작진이나 출연진 중에 그 주에 당장 급하게 돈을 써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낭패를 겪게 된다.
그런데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다.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데, 다 같이 애도를 해야 하는데 떠들썩하게 웬 공연이냐, 생각이 있냐, 무개념이다,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욕을 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평소 그 공연자의 언행을 문제 삼아 싸잡아 비난한다.
가령, 자우림이 지난 주말 공연 중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니, 평소 김윤아의 발언을 문제 삼아 ‘좌우림’이라는 멸칭으로 부르며 ‘공연 취소가 아니고 묵념으로 퉁치려 했냐’는 식으로 비난을 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이슈에 사회적 분위기가 동일한 방향으로 형성되면 거기에 다 같이 편승해서 우르르 몰려가 획일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싫어한다. 이럴 때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개떼처럼 달려들어 비난을 퍼부어대는 것도 극혐한다. 이게 전체주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돌아가신 너무 안타깝고 가여운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 갑작스러운 비극을 겪은 유족들이 부디 무너진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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