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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작년이던가. 한동안 SNS 상에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에 대한 극찬이 이어졌었다. 충격적이다, 21세기 최고의 도서다, 놀라운 반전이 뒤통수를 친다, 이런 호들갑이 난분분하게 이어져서, 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토록 호들갑인가 싶어서 읽었더랬다. 해서 펼쳐 들고 절반쯤 읽어가는 동안 솔직히 말하면, 당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물학자의 전기문인지, 생물 분류학에 대한 이론서인지, 저자 개인의 에세이인지, 이 모든 것들이 맥락 없이 혼재되어 있어서 영 내용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그러다 중반쯤 넘어가면서부터는 뜬금없이 추리소설 형식을 띠기 시작한다(이때부터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쏙 들어간다). 스탠퍼드 대학의 설립자인 제인의 죽음이 독살인.. 더보기
윤석열 씨에게 이 편지가 당신에게 가 닿을 일은 없겠지만 혼자서 편지를 써봅니다. 오늘 헌재에 출석해 직접 자신을 변론하는 모습을 보니 참 어처구니없더군요.. 모든 것을 장성들의 거짓말로 치부하고, 자신의 잘못은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더군요. 계엄 포고령만 내렸지 실행할 의도는 없었다는 말에는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구치소 생활은 지낼만한가요?? 지난 15일에 체포되었으니 여섯 번의 밤을 구치소에서 보냈겠군요. 짐작이긴 하나, 평생 넓디넓은 방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만 먹고 살아온 당신이 하루아침에 3평짜리 방에 갇혀 천원 대의 거친 밥을 먹으며 지내는 일이 만만치 않겠지요. 하지만 적응해야 합니다. 이제 그곳에 들어간 이상, 당신은 앞으로 긴 세월 동안 나오기 어려울 테니까요.. 이제 조만간 공수처가 당신을 기소하면 계.. 더보기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확증 편향의 무서움 가끔 '믿음'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모두 남들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있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좌우 대립이 극심한 나라에서는 오직 나와 내 편이 믿는 것만이 사실이고 진실이며 저쪽 편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고 가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진영 논리에 빠져 버리면 상대방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처음부터 차단해 버린다. 가끔 어쩌면 저쪽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나의 빈틈으로 끼어들려고 하면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해 버린다. 여기, 그러한 태도를 극단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지구가 구형(球形, globe)이 아니라 평평(flat)한 원형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 더보기
이승윤 <여백 한켠에>에 관한 단상 이승윤이 지난해 말일에 맞춰 발표한 디지털 싱글 여백 한 켠에>는 그의 팬으로서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곡이다. 이 곡에서 그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세 파트로 나눠 노래하고 있다.  이승윤의 노래답지 않게 2분 30초 정도에 불과한 이 짧은 노래의 가사를 먼저 보자.  신기루와 춤을 추던 밤에 입 맞추고 나는 눈을 뜹니다.한 그루의 꿈은 몇 개의 열매를 맺을까.나는 빈 가지예요.허가 없었던 실은 태어나 본 적이 없대요.난 쌍둥이를 키웠죠.  모든 걸 다 쏟아낸 자리에 우두커니 고독하기가 뭐 해서 자릴 비워 줍니다.여기까지 왔어요여기까지 할게요다음은 여기 두고 갈게요 오선 위에다 마침표를 나는 하나를 찍을 거예요.하염없고 예쁘게악장은 여기에서 끝이 나요.하지만 거기서부터 더 불타오를 꿈같.. 더보기
<리뷰> 시빌 워: 분열의 시대 군인들의 shooing과 기자들의 shooting 사이에서 미국 전역에서 진영이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 내전이 벌어진다. 영화 안에서 그 이유는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도입부에 3선을 역임한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국민의 일부를 ‘적’으로 돌리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독려하는 연설을 한다(바로 엊그제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본 장면이다). 그러한 장면으로 봐서, 독재자인 대통령 편에 선 정부군과 반정부군인 민병대 사이에 벌어진 내전으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시내에는 두 진영 사이에 극렬한 시가전이 펼쳐지고 평소 쇼핑을 즐기던 거리에 피로 물든 시체들이 나뒹군다. 내전으로 인해 먹을 것이 부족해진 사람들은 마치 난민들처럼 구호품을 배급받는다. 이때.. 더보기
영화 <바튼 아카데미> 리뷰 앙트레 누,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우리가 나이를 먹고, 사람들을 좀 겪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사연 없고 아픔 없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줄거리> 여기, 누구보다 아픔과 시련 덩어리로 빚어진 세 사람이 있다. 겉으로는 셋 다 자기 위치에서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명문 사립학교인 바튼 고등학교의 역사교사 폴은 완고하고 꽉 막힌 사람이며 학생들에게 매우 엄격하다. 걸핏하면 말썽을 일으키는 문제아 털리는 부잣집 아들이다. 구내식당 주방장 메리는 요리 솜씨는 끝내주지만 무뚝뚝하고 정이 없어 보인다. 2주 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모두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각자의 가정으로 가지만, 함께 휴가를 보낼 가족이 없는 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남는다. 고지식.. 더보기
윤석열 탐구 윤석열이라는 괴물은 어떻게 탄생했나.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는 데는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성장기의 가정환경이며 조금 크면 학교에서 받는 교육이 그것이다. 세 번째는 사회에 나가서 하는 일의 성격이 최종적으로 그의 인격을 완성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이라는 한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그는 어쩌다 저런 괴물이 되었을까.  청년기의 윤석열 그는 자신의 입으로, 대학생이 될 때까지도 아버지에게 고무호스로 맞았다고 말했다. 그 무렵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부친이 다 큰 자식에게 그런 폭력을 가했는지는 모르겠다. ‘맞을만 했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힘을 더 가진 사람(아무리 그가 부모라 해도)이 힘이 약한 사람을 폭력적으로 제압하는 것에.. 더보기
송구영신에 묻는 신의 뜻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가 있는 조카에게서 카톡으로 동영상이 왔다. 호주 현지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행사를 찍은 영상이었다. 사람은 전혀 없고 불꽃놀이와 사람들의 목소리만 담겨 있는 영상이었지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다소 들뜬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조카에게 답을 보냈다. 지금 한국은 너무나 우울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고. 너라도 근심 걱정 없는 곳에서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조카가 만일 지금 이곳에 있었다면 그 아이도 윤석열 탄핵 집회 현장에 나갔을까. 누구의 덕후도 아니니 친구들에게 응원봉을 빌려서 들고나갔을까.. 그 아이가 워홀 기간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5월이면 세상에 흐드러진 꽃향기와 함께 이 나라에서도 온전한 봄날을 누리게 될까.  호주 시드니의 새해맞이 불꽃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