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이 지난해 말일에 맞춰 발표한 디지털 싱글 <여백 한 켠에>는 그의 팬으로서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곡이다. 이 곡에서 그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세 파트로 나눠 노래하고 있다. 이승윤의 노래답지 않게 2분 30초 정도에 불과한 이 짧은 노래의 가사를 먼저 보자.
신기루와 춤을 추던 밤에 입 맞추고 나는 눈을 뜹니다.
한 그루의 꿈은 몇 개의 열매를 맺을까.
나는 빈 가지예요.
허가 없었던 실은 태어나 본 적이 없대요.
난 쌍둥이를 키웠죠.
모든 걸 다 쏟아낸 자리에
우두커니 고독하기가 뭐 해서 자릴 비워 줍니다.
여기까지 왔어요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은 여기 두고 갈게요
오선 위에다 마침표를 나는 하나를 찍을 거예요.
하염없고 예쁘게
악장은 여기에서 끝이 나요.
하지만 거기서부터 더 불타오를 꿈같은 거 마음 같은 거
오선 위 여백 한 켠에 맡겨 놓고선
(이하 동일한 부분은 생략)
이승윤의 팬이라면 다들 잘 알겠지만 그는 3집 정규 앨범에 거의 ‘목숨’을 바치고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 역성이란 앨범을 만들기 위해 음악을 한 것 같다고 밝힌 것처럼, 평단이나 대중의 평가 이전에 스스로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https://youtu.be/pDJoZ3AR_Gc?si=yZx83W-5vTpGhKqp
PART 1
긴 시간 모든 걸 다 쏟아부어서 만들었던 만큼 결과물이 나오고 그것으로 전국 투어까지 다 마친 지금 그는 양가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제대로 해냈다는 뿌듯함과 모든 걸 다 쏟아낸 헛헛함.
PART 2
그런데 중간 부분의 ‘여기까지 왔어요. 여기까지 할게요’ 가사를 들을 때면 괜히 덜컥 불안한 생각이 든다. 뭐지? 여기까지 해냈으니, 이쯤에서 활동을 접는다는 뜻인가?
PART 3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다음’을 약속하고 있다. 이번 활동은 이쯤에서 마침표를 찍지만 그 마침표 옆의 여백에 앞으로 더 뜨겁게 불타오를 꿈을 놓아두었다고 한다.
그의 팬으로서, 이승윤이 여백에 더 넓고 큰 꿈을 그려갈 것을 응원한다. 다음은 체조경기장에서, 그다음은 고척돔에서 그리고 북미 투어와 유럽 투어로. 이승윤은 충분히 그럴만한 역량을 갖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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