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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이승윤 역성 앵콜 막콘 머글 동행 후기

 
둘째 날 중간 공연은 현생으로 못 보고 사흘째인 오늘 2024년 이승윤 전국 투어 앙코르 마지막 공연을 보고 왔다.
 
사실 아침 일찍 무안에서 너무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서 이대로 공연을 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염려를 했다. 하지만 갑자기 취소를 하기엔 이 공연에 너무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이 얽혀있으니... 그래서 미리 준비했던 셋리스트 중에 ‘기도보다 아프게’와, ‘교재를 펼쳐봐’가 오늘따라 더 가슴 아프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기도보다 아프게'가 끝났을 땐 그 어느 공연 때보다 조용한 박수소리에 애도의 마음이 묻어있었다.
 
2024년 이승윤의 마지막 공연이자 ‘역성’이란 이름으로 하는 마지막 공연이어선지 이승윤은 어느 때보다 몸이 부서질 듯 무대 위에서 가진 모든 힘을 다 쏟아냈다. 그런만큼 그는 객석에도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스탠딩석의 미친 텐션! 얼마나 함께 뛰고 싶었던지...

 
“이 공연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들키고 싶은 만큼만 쏟아내고 가면 좋겠습니다. 저의 비밀스러운 욕망을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목청을 잃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재치있는 말로. 
그래서 난 오늘도 성대를 갈아 바쳤다..
 
역시 마지막 공연에서도 그는 객석을 종횡무진 뛰어다녔는데 2층 우리 구역 앞으로는 지나가지 않았다. 그저 계단참으로 지나가는 것을 멀리서 보았을 뿐. 1층 스탠딩석에서 오래 머무르며 팬들과 함께 뛰는 모습을 보니 당장 내려가서 함께 뛰고 싶었지만 저질 체력이 허락해주지 않는다. 그저 의자에 앉은 채 최대한 몸을 들썩거려 보고 헤드뱅잉만 들입다 해대는 수밖에.
 
 

당분간 단콘은 없을테니 캐논을 들을 일도 별로 없겠지...

 
그건 그렇고 오늘은 머글(싱어게인 때 열심히 응원은 했지만 이번에 공연은 처음 보러 오는)을 데리고 왔는데, 하아... 이 사람 매너가 영 꽝이다. 공연 도중에 자꾸 폰을 들여다본다. 곁눈으로 슬쩍 보니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카톡을 보거나 뉴스를 보고 있다. 이 환상적인 공연을 보러 와서 폰이나 들여다보고 있다니(아무리 머글이지만 너무 하잖아!)...
신경이 쓰여서 2부 시작할 때에는 내 도킹봉을 쥐어주고 흔들라고 했다. 그랬더니 한 손에는 도킹봉을, 한 손으로는 또 폰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아예 ‘잠시 압수하겠다’며 폰을 빼앗아버렸다. 그래도 노래가 끝날 대마다 박수는 열심히 치더구만. 친한 사람이면 꼽을 주겠지만 일 때문에 알게 된 사이라서 그럴 수도 없고 대략 난감...
 
 

언제 들어도 귀여운 노래 <너의 둘레>

 
공연이 끝나고 물어봤다. 재미없었냐고, 왜 자꾸 폰을 봤냐고 그랬더니, 자꾸 알림이 떠서 그랬단다.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도록 잘 만들어진 공연을 보면서 왜 휴대폰 알림에 신경을 쓰나. 그냥 가방에 넣어두고 2시간 반 후에 확인하면 되지. ㅠㅠ
어쨌든 공연 감상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일단 너무 재미있었단다(이 말은 진심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승윤 잘생긴 건 알았지만 진짜 잘생겼단다(그거야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런데 이승윤이 스타성이 강한 건 알겠는데 노래에 대중성이 좀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사람, ‘작품성’을 스타성으로 잘못 말한 것 같다. 그리고 노래들이 다 비슷하게 들린다고 한다. 아 놔, 머글들은 대체로 이런 반응이다. 몇 번만 들어봐도 노래들이 각각 다 분명하게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데 뭔 소리야... ㅠㅠ 다음엔 머글을 데려가지 말아야겠다. 역시 영업은 이승윤이 하고 입덕은 자기도 모르게 덕통사고를 당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2024년에 마지막으로 듣는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 오늘의 공연을 끝으로 당분간 이승윤의 단독 공연은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보고 싶어지고 ‘앵앵콘’을 바라는 이건... 양심이 없는 거겠지(이승윤 식 표현대로 하면). 엔딩 스크롤과 함께 마지막 곡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를 부르는데, 여러 번 들었지만 오늘따라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어느 홈마가 찍은 사진을 보니, 이승윤이 또 울고 있었다. 현장에서 생눈으로 보면서도 우는 줄 몰랐다. 땀을 흘리는 줄 알았는데 울고 있었구나... 우리보다 더 뜨겁게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니 그동안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린 시간들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2024년도 이승윤 덕분에 많이 행복했다. 좋은 시절이었다. 봄이 오는 소식과 함께 우린 어딘가에서 또 만날거야. 그때까지만 잠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