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구매하세요. 우리 회사를 위해
한 해 동안 지구상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얼마나 될까? 무려 4억 톤이다. 4억 톤!
전자 폐기물의 양은 얼마일까? 5천만 톤이다.
전 세계에서 매일 버려지는 휴대폰은 몇 개일까. 1300만 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구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를 본 사람이라면, 양가감정이 들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물건을 덜 소비하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하나. 다른 하나는, 이렇게 개인이 지구 환경을 위해 열심히 실천해 봤자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별로 소용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우리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거나, 알고 있었어도 외면했던 사실, 기업의 끊임없는 생산과 이를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종용하는 행태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안과 해결책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사실이 있다. 기업이 전자제품을 제조할 때 일부러 사용 연한을 짧게 잡는다는 것. 더 고약한 것은, 제품을 일부러 배터리 일체형으로 만들어서 배터리 수명이 다 되거나 고장이 나면 수리를 못하고 아예 새 제품을 사도록 유도한다.
사실 소비자들도 문제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대략 2년 정도면 수명이 다한다. 이때 배터리만 교체하면 얼마든지 계속 사용이 가능하지만 기업은 그 사이 신제품을 출시해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물론 그 유혹에 안 넘어가면 되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 ‘얼리 어답터’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2-3년에 한 번 꼴로 스마트폰을 교체한다. 고백하자면, 나도 스마트폰 속도가 너무 느려졌다는 이유로 4년 만에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 2년 후 그 스마트폰은 액정까지 완전히 나가버렸다.
그다음으로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것은 의류다. 특히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값싸고 질 낮은 옷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지금 이 스타일이 유행이니 어서 사라’고 유혹한다. 이들은 일부러 한두 번 세탁하면 팍 줄어들거나 보푸라기가 일어나 입기 힘든 옷들을 생산한다. 소비자들은 계속 그런 옷들을 사서 서너 번 입고 버린다. 이런 옷들은 ‘기부’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로 가지만 많아도 너무 많아서 그 나라들에서조차 다 입지를 못하고 버려서 바닷가에 옷으로 산더미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소비 행태에 관한 것이고 우리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기업이 필요 이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멀쩡한 새 제품을 폐기하는 과정은 매우 충격적이다. 고가의 가방을 생산하는 어느 기업은 팔리지 않은 재고 상품을 일부러 칼로 잘라서 버린다. 헐값에 팔려서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느 생활용품 생산 기업은 재고 상품인 바디 로션을 폐기하는데 직원들에게 그것들을 쓰레기통에 짜서 버리라고 지시한다. 통째로 버리면 노숙자들이 갖다 사용하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친환경’이 대세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한다고 홍보하지만, 이 다큐는 그런 기업들의 이미지 전략에 속지 말라고 말한다. 이것은 마케팅 전략일 뿐, 한 손에 반짝이는 것을 들고 흔들면서 다른 손에 있는 것을 못 보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 광고에 초록색 자연의 이미지를 포함한다든지, 어린아이들을 모델로 내세워 이들이 지구 환경 보호 활동을 하는 모습을 광고로 이용하는 식이다. 이를 ‘그린워싱’이라고 한다.
특히 이 다큐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을 배출하면 기업은 이를 수거해서 매립하거나 소각할 뿐이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방법은 하나. 기업이 가능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것이다.
이 다큐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아마존의 어느 여성 임원이 대내외적으로 목소리를 냈다가 결국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시민운동가로 변해 더욱 목소리를 크게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전자제품이 고장 나면 소비자 본인이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부품을 판매하거나, 무료로 온라인에 수리 가이드를 게시하는 착한 기업(‘아이픽스잇, ifixit’)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제품 생산 대기업에서 이 기업 활동에 소송을 걸었다(진짜 고약한 것들!). 이들은 그 소송에 맞서 ‘수리할 권리’를 주장했고 결국 승소해서 전자제품 생산 기업이 보증 조건과 기간 유지를 약속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고 한다.
요즘은 플라스틱 대체 제품들도 생산되고 있다. 가령 식물로 만든 신발이나 의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플라스틱 제품들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전 아마존 임원이 하는 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뭔가 사고 싶을 때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한 달 동안 기다리세요. 한 달 후에도 여전히 사고 싶고 필요한 물건이라면 그때 사도 됩니다”라고.
뜨끔하다. 이 말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 불필요한 물건들을 사 왔다.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싸다는 이유로,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지금 세일기간에 사는 게 낫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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