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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이승윤 공연 역성: 끝을 거슬러 첫날 후기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얼른 오늘의 공연에 대해 써봅니다.

 

개인적으로 오늘 가장 아슬아슬하게 공연장에 입장한 날입니다. 티켓을 금요일 한 장, 일요일 두장 이렇게 구매를 했는데, 집에서 나설 때 실수로 나란히 있던 티켓 봉투 중에서 일요일 티켓을 집어 들고 온 겁니다(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던, 티켓을 안 챙겨온 사람... , 바로 접니다.)

 

현장 판매 부스에서 얘기를 하니, 폰으로 예매 내역을 확인한 후에 공연장 안의 스탶이 해당 자리가 공석인 것을 확인한 후에 들여보내준다는 겁니다. 그게 공연 시작 10분 전에 가능하다네요. 어떨 때는 스탶이 바쁘면 공연이 시작된 후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 . 초조와 긴장과 불안의 10분을 보내고 간신히 공식인 것을 확인한 후 5분 전에 입장했습니다.

 

딱 들어가서 보니 무대 전면에 마치 뮤지컬 세트 같은 장치가 돼있더군요. 마치 겹겹이 쌓인 산맥을 보는 것 같았어요. 어떤 사람은 왕관 모양이고 세션들은 그 왕관에 박힌 보석들처럼 보인다고 하는데 그 해석도 맞는 것 같아요.

 

 

무대가 산 같아 보이나요. 왕관 같아 보이나요?

 

공연 시작 전에 없을걸을 틀어줬는데, 대학가요제 출전 때 버전이 아니라 새로 녹음한 것 같았어요.

 

오늘 셋리스트는 예전 공연들에서 대개 후반부에 불렀던 곡들을 먼저 불렀습니다. ‘흩어진 꿈을 모아서’, ‘웃어주었어그리고 대개 중간에 불렀던 도킹을 초반에 불렀어요. 그런데 역시 흩어진 꿈을 모아서’, ‘웃어주었어두 곡은 아웃트로의 여운이 길어서 후반부에 잘 어울리는 곡이에요.

 

저의 첫 컬러링이자 가장 오래 컬러링으로 사용했던 시적 허용을 오랜만에 들어서 좋았는데, 초반에 가사를 조금 틀리게 불렀는데 특유의 너스레로 가사를 틀렸어요~~ 다시 부를게요~~”라고 불렀습니다. 다 같이 빵! 터졌네요. 그리고 다시 불렀는데 계단에 앉아 부르는 옆모습으로 조명이 분위기 있게 비추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뒤척이는 허울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인트로의 편곡이 너무 신선했고요(신곡인 줄 알았음).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이승윤 특유의 어떤 형식이나 기교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몸짓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특히 텐션이었어요.

 

 

뒤척이는 허울의 텐션을 좀 보세요.

 

그리고 아트북 버전 앨범에 실려있다는 미발매 신곡을 불러주었는데 어딘지 성스럽게 들리기도 해서 새벽이 빌려준 마음분위기가 조금 나기도 했습니다. 신곡인 줄 모르고 얼레벌레 넋 놓고 있다가 앞부분 한 소절은 못 찍었네요.

 

 

 

산책 타임에는 아예 스탠딩석 안으로 난입해서 삐뚜루들과 아예 함께 뛰어놀았고요. 2층 하늘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곳까지 와서 옆모습만 잠깐 봤네요. 이때 다들 승윤 님 보겠다고 우르르 일어난 김에 아예 날아가자, 비싼 숙취, 폭죽 타임까지 내내 서서 봐서 좋았답니다(계속 앉아 있어서 허리가 아팠는데 덕분에 잠시라도 의탠딩을 즐겼음).

 

오늘도 멘트는 많지 않았는데, 적은 멘트 안에 팬들에 대한 진심을 백만 배 담아 건네서 감동 한 바가지 드링킹 했습니다.

 

이번 공연이 역성이란 이름으로 하는 마지막 공연입니다. 사실 한달만에 여러분을 만나는데, 한달 사이에 많은 일이 있어서 마치 10년 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 모두 아는 그 일).

여기 와주신 여러분 개개인의 슬픔, 기쁨, 행복, 분노, 울화통, 희망 그런 것에 제가 역성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밖에 나가면 다사다난하게 사시겠지만 이 시공간에서만큼은 전 여러분 편입니다. 난 당신 편, 난 당신 편. 여러분이 들키고 싶은 만큼만 쏟아내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땐 가슴을 팡팡 때렸구요.

 

그런데 멘트 중에 좀 살짝 마음이 무거워진 것도 있었는데요. 한 달 사이에 팬이 많이 사라졌다고요. 사실 오히려 인스타 팔로워가 천 명 늘고, 공카 회원도 늘었는데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스탠딩석이 너무 널널해 보여서 그렇게 느꼈나 봅니다. 사실 올해 전국투어에 앨범도 2번 사고, 삐뚜루들이 여러모로 지출이 좀 많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 SNS에 올린 시국 관련 발언과는 상관없는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부 때 입은 롱코트 좀 보세요. 넘나 간지나는 남친룩이죠. 몸매 비율이 좋으니까...

 

 

역시 엔딩곡은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였는데, 절반은 삐들이, 절반은 승윤과 삐들이 같이 그렇게 불렀답니다. 앵콜곡으로는 푸념을 불렀는데, 아웃트로 부분에서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모습이 왜 그리 귀엽던지요.

 

그렇게 첫날 공연이 마무리 됐습니다. 늘 그렇듯이 이승윤은 몸이 부서져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매번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공연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이 성실한 창작자의 태도에 우리는 매번 감동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