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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ssue

윤석열 씨에게

이 편지가 당신에게 가 닿을 일은 없겠지만 혼자서 편지를 써봅니다.

오늘 헌재에 출석해 직접 자신을 변론하는 모습을 보니 참 어처구니없더군요.. 모든 것을 장성들의 거짓말로 치부하고, 자신의 잘못은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더군요. 계엄 포고령만 내렸지 실행할 의도는 없었다는 말에는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구치소 생활은 지낼만한가요?? 지난 15일에 체포되었으니 여섯 번의 밤을 구치소에서 보냈겠군요. 짐작이긴 하나, 평생 넓디넓은 방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만 먹고 살아온 당신이 하루아침에 3평짜리 방에 갇혀 천원 대의 거친 밥을 먹으며 지내는 일이 만만치 않겠지요.

하지만 적응해야 합니다. 이제 그곳에 들어간 이상, 당신은 앞으로 긴 세월 동안 나오기 어려울 테니까요.. 이제 조만간 공수처가 당신을 기소하면 계속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천지가 뒤집히지 않는 이상 3심까지 가도 계속 유죄 판결을 받을 테니까요. 혹시 모르죠. 당신의 극렬 지지자들이 감옥 문을 부수고 꺼내줄지도. 혹은 재판정을 오가는 호송버스를 탈취해서 꺼내주려나요? 하지만 그 또한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어차피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국힘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그들의 관심은 그 후보에게 쏠릴 테니까요.

 

 

 

당신은 혹시 지금의 지지자들이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그토록 끔찍한 폭력까지 저질러가며 당신을 대신해 분노를 표출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럴 리가요. 나의 판단으로는, 그들은 보수 진영이 이대로 궤멸하는 것이 불안해서 저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들은 당신이 박근혜 씨를 조사하고 기소해서 중형에 처하게 만들었을 때 당신에게 이를 갈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당신이 국힘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고 당신을 지지했습니다. 참으로 기괴하고 우스운 일이었지요. 그들은 당신을, 인간 윤석열을 지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니까 우리 편후보니까 지지한 것이지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줄 대리인으로서 지지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들에게서 곧 잊힐 것입니다. 당신은 감옥에서 쓸쓸히 여생을 마무리하게 되겠지요. 그 안에서 당신의 일생을 반추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니까 가능한 어려서부터 최근의 일들까지 잘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왜 당신의 아버지는 아들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 고무호스로 때렸는지. 어쩌다 당신은 9수나 한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는지. 그렇게 기를 쓰고 검사가 되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무엇보다 당신이 검사로서 특히 특수부 검사로서 했던 일들에 대해 성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피의자를 어떻게든 감옥에 보내기 위해 별건에 별건까지 뒤져서 억지로 죄를 만들어내지 않았는지, 그 과정에서 피의자는 물론 그들의 지인들까지 겁을 주고 협박하지 않았는지. 특히 조국 가족에게 했던 일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세요. 정말 그 가족이 파렴치한 범죄자 집단이라고 생각하는지. 입시 비리가 그토록 중형을 선고받을 중죄였는지. 민간인 시절에 자식이 받은 중학금 몇백 만 원이, 직원에 대한 감찰 무마가 2년 동안 감옥에 살아야 할 정도로 중죄였는지(그런 식으로 따지면 검찰 가족이 서로의 범죄를 덮어주는 행위는 왜 단죄하지 않는 건가요).

 

윤석열 씨,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 주변 사람들 중에서 당신을 진심으로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당신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후배라고 말했던 한동훈 씨는 왜 당신을 배신했는지를.

 

무엇보다, 애초에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대선 운동 기간에 당신은 입버릇처럼 말했었지요. 정의, 공정,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대통령 재임 기간 2년 반 동안 정의로웠고 공정했으며 상식적이었나요? 정말 그랬다고 단언할 수 있나요? 왜 당신의 정의, 공정, 상식의 잣대는 타인에겐 뻣뻣하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는 그토록 흐물거렸나요?

 

 

 

지금 당신이 갇혀 있는 방은 3.2평이라죠. 그 정도면 1.5평짜리 고시원 방보다 훨씬 넓은 곳이군요. 게다가 TV와 싱크대, 화장실까지 갖춘 원룸이네요. 고시생들은 다리도 제대로 못 뻗는 관짝 같은 고시원 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배고프면 자기 돈 내고 컵밥을 사 먹지요. 당신은 네 활개를 펴고도 남는 방에서 자고 밥도 삼시세끼 공짜로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 방에서 사유하고 성찰해 보시기를 권합니다(사유와 성찰이 뭔지는 알죠?). 당신은 대통령 재임 기간 2년 반 동안 과연 이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당신의 그 구치소 방보다 훨씬 작은 방에서 공부하며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윤석열 씨, 당신이 먼지 같은 죄를 태산 같은 죄로 만들어 감옥에 보냈던 사람들이 구치소에 들어와 겪었을 공포와 분노, 답답함, 억울한 심정에 이제 공감이 되나요? 당신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모욕과 상처를 주었는지 깨달았나요? 아직 모르겠다면 부디 그곳에 있는 동안 공감하고 깨닫기를 바랍니다.

 

이제 앞으로 영영 술을 못 마실 테니까 저절로 건강해질 테고 머리는 훨씬 맑아지겠지요. 그 맑은 머리로 이제 책도 좀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독서를 별로 안 좋아하는 당신인 줄은 잘 알지만 이제부터라도 독서에 취미를 좀 붙여보시죠. 그 길고 무료한 시간을 뭘 하며 보낼 겁니까. 우선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혹시 압니까? 나중에라도 보수 정당이 다시 정권을 잡아서 당신을 사면해 줄지. 그때 감옥에서 나올 때는 사람이 돼서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