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의 비상계엄과 2024년 비상계엄의 차이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했을 당시 영화관에서 두 번 봤다. 우선 이 영화의 간단한 감상평부터 써본다.
이 영화는 선악 대결 구조가 명백하다. 역사적 사실을 걷어내고 봐도, 안타고니스트와 프로타고니스트의 대결이라는 보편적이며 극적인 설정 면에서 매우 단순 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반란군과 진압군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기세를 잡거나 빼앗기는 장면이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내서 비극적인 실제 역사를 떼어놓고 보면 마치 ‘전쟁 게임’을 보는 듯하다.. 그런 가운데, 이미 역사적 사실을 통해 어떤 결론이 났는지 다 아는데도 진압군이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탄탄한 시나리오에, 완급 조절을 잘한 연출 그리고 구멍 없는 연기력 덕분이다.
정우성의 연기는 황정민에 조금 밀리는 감이 있지만, 겹겹이 둘러친 바리케이드를 넘어 반란군 앞에 혈혈단신 나아가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극 중 인물 이태신보다 정우성의 진심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장면에서 많이 울컥했다.
바리케이드 한 겹 너머로 전두광을 향해 이태신이 뱉은 말 “너는 군인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다”라는 대사는 그가 역사에 저지른 죄악에 비하면 너무 가볍다. 내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였다면 이렇게 썼을 것 같다. “넌 이 나라 역사에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1979년의 비상계엄과 2024년의 비상계엄, 무엇이 다른가.
45년 세월이 흐른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은 그때의 역사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 결코 대통령이 되어선 안될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전시도 내란도 아닌, 너무나 평화로운 시기에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지금 우리는 또 한번 국가적 위기 앞에 서 있다. 하지만 45년 전과 달리,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1979년 12월 12일 밤과 2024년 12월 3일 밤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1979년 비상계엄은 박정희 암살로 인해 내려진 것이다. 즉 국가에 비상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의 비상계엄은, 야당이 국무위원들을 자꾸 탄핵하고 예산안을 삭감했다는 이유로 선포됐다.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이유다.
1979년에는 언론이 통제당했다. 평범한 국민은 진상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당시 서울로 출동하던 군인들은 오로지 유선 전화에만 의존해야 했기에 긴박한 상황에서 빠르고 신속한 소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24년은 다르다. 개인이 모두 휴대전화를 한 대씩 들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실시간으로 현장의 상황을 알릴 수 있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1979년은 박정희 군부독재가 막 총탄에 의해 끝난 시대여서 국민이 독재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려 이룬 민주주의의 역사를 우리는 모두 제대로 배우고 자랐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는 뼈에 새겨져 있다. 게다가 8년 전에 이미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한 번 탄핵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결코 호락호락하고 만만하게 당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1979년의 군인들은 명령에 살고 죽었다. 아무리 불의하고 불법한 명령이라 해도 상부에서 지시를 내리면 그대로 따라서, 자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군인들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쏘았다.
하지만 그러한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우며 자란 지금의 MZ 세대 군인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안다. 그들은 아무리 군인의 신분이라 해도 불의하고 부당한 지시에는 따르지 않는다. MZ 세대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관인 특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수뇌부들도 불의한 계엄령에는 따르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 간부도 대통령의 불의한 명령에 대해 폭로했다. 검찰 역시 윤석열을 내란죄로 수사하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온몸으로 군인들의 총과 탱크를 겁내지 않고 막아서 비상계엄을 막아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살아있다. 시퍼렇게 날이 선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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