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괴물> - 누가 괴물인가.
<줄거리>
어느 날 사오리는 아들 미나토의 행동에서 이상 기운을 감지한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에 찾아가 상담을 하는 사오리. 그런데 이날 이후 선생님과 학생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오리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미나토의 친구 요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이 아는 아들의 모습과 사람들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아무도 몰랐던 진실이 드러난다.
일본 영화 <괴물>에 관해 언급할 때, 서사의 전개에 ‘다중시점’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이 스타일의 고전 명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 <라쇼몽>을 모두 이야기한다. 물론 하나의 사건에 대해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풀어간다는 면에서는 유사하다 할 수 있지만 <라쇼몽>이 ‘누가 그를 죽였는가’라는 비교적 단순한 진실 찾기라면, <괴물>은 좀 더 다층적이다. 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여러 사람의 심리적 퍼즐 맞추기에 가깝다.
1장에서, 아들 미나토가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엄마 사오리는 누가 너한테 그랬는지 추궁하고, 미나토는 담임 호리 선생이 그랬다고 한다. 그 말에 열받은 사오리는 학교에 찾아가 호리 선생에게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것에 대해 사과를 받아낸다. 하지만 호리 선생과 교장 등 학교 측은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사과를 한다. 오히려 미나토가 ‘요리’라는 친구를 폭행했다고 한다.
2장은 호리 선생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이 장에서 사실은 호리 선생이 미나토를 폭행한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는 미나토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그를 다치게 한 것이었다. 미나토도, 요리도 조금씩 호리 선생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다른 아이들도 호리 선생이 이상한 바를 드나든다고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린다.
3장에서는 미나토와 호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두 아이가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 그 비밀을 감추기 위해 어떤 거짓말과 행동들을 했는지 드러난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것을 알기에 두 아이는 자신들만의 낙원으로 도피하고 ‘괴물 찾기’ 놀이를 한다.
이 영화에서는 간헐적으로 ‘괴물은 누구게’라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괴물은 없다. 그 누구도 괴물이 아니다. 다만,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벌어지면 그것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려고 하는 모두의 그릇된 태도만 있을 뿐이다.
감독은 그러한 태도가 영화 밖 관객들에게도 있다고 말한다. 영화 안에서 기어이 폭력을 저지른 괴물을 찾아내려 하는 관객들이 그런 자신도 ‘혹시 괴물이 아닐까’라고 생각할거라고.
글쎄, 개인적으로 그 말에 선뜻 동의는 되지 않는다. 작가와 감독의 의도는 그러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느낀 관객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러기엔 영화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크기와 형태가 다소 소박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비밀 하나씩 갖고 있고, 때로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그것이 의도치 않았던 결과를 초래하고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 수도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악기 보관실에서 교장과 미나토가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감정 혹은 울음을 악기 소리를 빌려 토해내는 듯한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영화의 여러 장면들에 상징과 은유를 숨겨놓은 것 같은데, 한두 번 더 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교장 역할을 맡은 초로의 여배우의 조용하지만 무게 있는 연기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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