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Art

영화 <슬픔의 삼각형>

신랄한 블랙코미디 영화 <슬픔의 삼각형>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한마디로, 젠더, 계급, 권력 문제 등에 관한 신랄한 블랙코미디이다. 대놓고 신랄해서 굳이 어려운 미학적, 사회학적 용어들을 들먹여가며 해석할 여지가 많지는 않다.

 

모델들이 표정 연습을 할 때 소위 명품 광고 모델을 할 때는 소비자를 도도하게 내려다보는 표정을 짓고, 저가 의류 모델을 할 때는 친근하게 웃는 표정을 연습하는 도입부 장면부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천박한 자본주의와 그 안에서 작동하는 계급성에 관한 것.

 

둘 다 모델인 연인 사이에서도 갑을 관계가 작동하고 그 가운데 고정화된 성역할을 둘러싼 갈등이 드러나는 장면은 애교 수준이다.

 

연인 사이에도 갑을 관계가 작동한다.

 

 

이 작품의 주제가 가장 극명하면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두 번째 장으로 펼쳐지는, 호화 크루즈 안에서 일어나는 일. 어마어마한 부자들만 타는 그 유람선은 철저한 계급사회의 축소판이다.

유람선 종업원들을 말 한마디로 해고할 수 있는 부자 손님들.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온갖 수발을 다 드느라 늘 무릎에 멍이 들어있는 종업원들. 그 종업원들보다 더 아래층에서 근무하며 각종 허드렛일을 해내는 노동자들. 그래서 이 영화는 마치 <설국열차>의 코미디 버전을 보는 것 같다.

 

감독은 이 부자들의 천박한 행태를 꼬집기 위해 대놓고 화면 가득 구토로 발라버린다. 평소 값비싼 보석과 옷들로 치장하고 한껏 교양과 우아함을 과시하는 그들이 토사물로 범벅된 채 쓸려 다니는 장면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다 배가 난파되고 간신히 살아남은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무인도에서 구조를 기다리게 되는데, 그 사이에서 계급의 전복이 일어나는 모습은 유쾌하게 뒤통수를 친다.

제 손으로 변변히 할 줄 아는 일이 없는 부자들에게, 물고기를 직접 잡아 와서 불을 피우고 요리를 한 유람선 청소부는 그 섬에서는 자신이 캡틴이라고 하며 자신의 명령에 따를 것을 사람들에게 요구한다. 당장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의 명령을 따르는 부자들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블랙코미디는 절정에 달한다.

 

무인도에서 일어나는 계급의 전복성이 꽤 유쾌하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쓸 순 없지만, 엔딩 장면에서 청소부가 과연 어떤 액션을 취할지 보여주지 않고 관객의 상상에 맡긴 채 끝낸 것은 감독의 매우 영리한 선택이다. 어쩌면 태어나 처음 주어졌을지도 모를 그 작은 권력마저 다시 빼앗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앞에서 그 청소부가 취하려고 하는 행동이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현실에서도 늘 발견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이 작으면 작을수록 그것을 최대한으로 휘두르려고 하니까.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The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영화 <괴물> 리뷰  (2) 2024.11.26
영화 <미나리>  (2) 2024.11.25
이승윤 <까만 흔적>  (1) 2024.11.23
영화 <올빼미>  (0) 2024.11.22
영화 <애프터 썬>  (1) 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