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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소일기> - 우리는 모두 위로가 필요하다

영화 <연소일기> - 우리는 모두 위로가 필요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의 폭풍 오열을 불러왔다는 홍콩 영화 <연소일기>를 시사회를 통해 보게 됐다.

 

영화 <연소일기> 포스터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 고등학교의 쓰레기통에서 학생이 쓴 유서로 보이는 편지가 발견된다. 교장은 대입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이 동요할 것을 걱정해서 이 일을 조용히 묻자고 한다. 하지만 정선생은 이 편지에 왠지 마음이 쓰여 필체 대조를 하면서까지 그것을 쓴 학생을 찾아내려고 한다. 그는 편지에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란 문장을 발견하고, 오랫동안 보관해 왔던 낡은 일기장 하나를 꺼낸다. 그것은 어느 10살 소년이 쓴 일기장. 그 일기장에도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써있다. 소년의 일기장을 읽으며 정선생은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아픈 과거의 일을 꺼내 되돌아본다.

 

10살 소년의 이름은 요우제.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는 자신의 동생과 달리 요우제는 공부도, 피아노도 무엇 하나 잘하는 것이 없다. 그저 만화책을 읽고 자신의 애착 인형과 대화할 때 제일 행복한 아이. 집 안의 폭군이자 독재자인 아버지는 그런 아이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폭언과 폭행을 가한다. 아이는 자신이 겪는 일과 감정을 매일 일기에 쏟아놓는다. 엄마조차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요우제가 유일하게 위안을 받는 대상은 피아노 선생님. 엄마보다 더 따뜻하게 그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피아노 선생님조차 아빠는 해고해 버린다. 그 후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요우제는...

 

요우제는 동생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만 동생은 그런 형을 외면한다.

 

영화는 과거 요우제의 이야기와 현재 정선생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홍콩 영화지만, 입시 하나를 목표로 자식을 강압적으로 키우는 부모와 학교 폭력, 왕따 등의 이야기는 우리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런 아이들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면 우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요우제가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할 때 뒤돌아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공부만 하는 동생과 그런 둘째 아들에만 신경 쓰는 엄마의 모습이 가장 가슴 아팠다. 그리고 요우제가 동생을 안으며 얘기 좀 하자고 하지만 동생이 자야 한다고 거절하는 장면도 아프게 다가왔다.

 

폭군 아버지에게 폭행을, 냉혹한 어머니에게 폭언을 듣는 아이

 

우리 모두에게는 일상의 간마다 위로가 필요한 때가 종종 있다. 이때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존재가 없을 것 같다면, 그래서 내가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위로가 절실할 때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감독은 비교적 절제된 연출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보는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폭풍 눈물을 흘리게 된다. 울고 싶은데, 타인에게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 이 영화를 보며 마음껏 울어봐도 좋겠다.

 

영화 <연소일기>는 아시아 주요 영화제들에서 감독상을 비롯한 7개 부문의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1113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