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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누가 김새론을 죽게 했나

 

배우 김새론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몇 해 전 교통사고를 냈을 때의 기사를 기억한다. 음주 운전을 했고 길가의 건조물 등을 들이받은 후 도주를 했으며 경찰의 음주 측정도 거부했다는 기사였다. 기사를 읽었던 당시에는 나 역시 그의 행동에 혀를 찼던 것이 사실이다. 음주 운전도 문제지만 그 후의 후속 조치가 형편없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음주 측정을 거부한 것은 김새론이 갈비뼈를 다쳐 숨을 쉬기 힘들어서 대신 채혈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후 김새론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다. 어쩌다 가끔 스치듯 연예계 기사를 통해 그가 어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뿐이다.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이 으레 그렇듯 자숙의 시간을 가지는구나. 연기를 썩 잘하는 재능 있는 배우인데 안타깝다. 언젠가는 복귀하겠지... 정도의 생각만 했다.

 

그러다 어제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짧았던 한 생이 그렇게 갔다는 사실에 착잡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아직 경찰은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의 정황을 읽어보니 어쩌면 이 땅에 이어졌던 삶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린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의 교통사고 기사부터 매우 악의적이었다. 조회수 장사를 하는 미디어들은 어떻게든 평범하고 흔한 사건도 매우 과장해서 충격적인 논조로 기사를 만들어낸다. 그가 음주 측정 대신 채혈을 요구했던 것이 숨쉬기 힘들었을 정도로 갈비뼈를 다쳐서였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또다시 여론은 그렇게 다쳤는데 갓길에 차를 대고 쉬어야지 그대로 운전을 할 기운이 있냐고 반문한다.

 

생각해 보자. 당신은 김새론만큼 유명인이다. 그런 당신이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여기서 걸리는 날에는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이 날아간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 행동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그 순간을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영화 <아저씨>로 스타덤에 오른 김새론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그 사건 이후 김새론이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작품으로 복귀하려 할 때마다 언론과 여론은 그의 복귀를 막았다. 결국 연예인으로서 일을 못하게 된 그가 카페에서 일을 할 때는 카페에 악플과 손가락질이 쏟아졌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려고 낚시를 하며 웃는 사진을 SNS에 올리자 거기에도 악플이 달렸다고 한다. 남자 연예인과 찍은 사진에도 악플 폭탄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카페 개업을 준비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카페를 운영한다고 해도 과연 정상적으로 영업이 될까? 아마 며칠 못가 문을 닫을 것이다.

 

영화 <도희야>에서 열연한 김새론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다시 생각해보자. 당신 같으면 견딜 수 있었겠는지를. 당신이 직장에 복귀하려 할 때마다 사람들이 복귀 못하게 만들고, 장사도 못하게 하고, 사람으로서 당연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조차 넌 그럴 자격이 없다는 듯이 비난을 해댄다면 과연 맨 정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당신이 일어서려 할 때마다 사람들이 당신의 등을 밟고 못 일어나게 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결국 당신이 선택할 길은 하나 뿐이다.

 

이렇게 우리는 또 재능 있었던 한 젊은 연예인을 잃었다. 고인이 영욕으로 얼룩졌던 이 땅에서의 일을 모두 잊고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안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