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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이승윤 공연 <끝을 거슬러> 포스터에 담긴 의미

이승윤의 전국 투어 중 마지막 광주 공연 무대에서 앙코르 공연에 대해 알렸다. 2024년의 이 마지막 공연의 이름은 <끝을 거슬러>인데, 포스터 그림을 보면, 뜬금없이 검은 원과 하얀 원이 그려져 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승윤 2024년 마지막 공연 <끝을 거슬러> 포스터

 

평소 이승윤은 자신의 노래에 우주의 개념을 자주 차용해서 쓴다. 얼핏 떠오르는 노래들만 봐도, 제목부터 우주가 들어가 있는 우주 like 썸띵 투 드링크부터, 밤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고 노래한 달이 참 예쁘다고’, 길이 없는 우주에도 궤도는 있다고 노래한 인투로’, 명왕성에나 갈까 하고 한탄하면서 무명에 대해 노래한 무명성 지구인등 무척 많다.

 

그런데 이 <끝을 거슬러> 포스터에도 바로 우주의 개념이 반영되어 있다. 난 전형적인 문과 스타일이라서 이과 계통의 내용은 잘 모르지만, 내가 이해한 내용 선에서 간략히 정리해 본다.

 

블랙홀 이미지

 

우주에는 세 개의 구멍이 있다. 블랙홀, 화이트홀, 웜홀이 그것이다.

 

블랙홀은(Black hole)은 말 그대로 검은 구멍을 뜻한다. 이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을 가지고 있어서, 빛을 포함하여 근처에 있는 모든 물질을 흡수해 버린다. 마치 욕실 바닥에 있는 배수구처럼 물뿐만 아니라 바닥과 주변에 있는 것들을 모두 빨아들인다. 말하자면 시공간에 뚫린 배수구 같은 것.

 

이승윤은 정말 블랙홀 같은 매력으로 그의 공연에 참여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이 블랙홀 안에 갇힌 관객들에게는 출구가 없다.

 

한편, 이 블랙홀의 배수구로 들어간 물질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블랙홀의 내부로 빨려 들어간 천체들이 여행을 해서 마지막 지점을 통과하면 화이트홀의 세계가 펼쳐진다. 말하자면,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되는 것이다.

 

화이트홀 이미지

 

그렇다면 이승윤의 공연에서 출구의 이름은 화이트홀이 되는 것일까? 이제 화이트홀에서 그의 공연은 끝나는 것일까? 가만, 그런데 공연 이름이 <끝을 거슬러>인데? 잠시 이 노래의 가사 일부분을 보자.

 

어쨌거나 말이야. / 이건 우리의 파티야.

(중략)

열두 시가 넘어서 / 마법이 다 풀리면 / 결국엔 쫓겨날 테지만 /

널 데리러 널 데리러 / 다시 돌아가 난 다시 돌아가 / 수백 번의 끝을 거슬러

 

그러니까 이 공연에서 끝은 끝이 아니다. 화이트홀로 다시 나올 뿐이며, 이곳에서 다시 파티는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널(팬들) 데리러 다시 돌아가고 또 돌아가, 심지어 수백 번의 끝을 거슬러 가겠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승윤의 공연은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깔때기 모양의 블랙홀과 뒤끝 포스터 그림

 

한편, 별이 붕괴해서 블랙홀이 되면 별의 잔해는 자체 중력으로 쪼그라들면서 블랙홀 속으로 끝없이 떨어진다. 그렇게 잔해가 떨어지는 동안 블랙홀은 거대한 깔때기 모양으로 길쭉해진다.

이쯤에서 2023년 이승윤의 마지막 공연 타이틀 뒤끝과 포스터에 사용된 깔때기 그림이 생각난다. 이때에도 이승윤은 블랙홀의 개념을 떠올렸던 것일까. 정작 본인은 우주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지만 그는 기본적인 개념은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다들 알다시피 이승윤은 심리철학 전공자다. 그리고 때로는 우주와 철학의 개념은 어떤 부분에서 상통하는 면이 있다. 사실 이건 설명하기엔 좀 어려운 내용이라서 일단 여기서는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