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에곤 실레에 열광하는 이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회에 다녀왔다. 평일 낮 시간이라서 그런지 주말처럼 붐비지는 않아서 비교적 여유 있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회 개요
이번 전시회는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역대 국내 전시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전시회에 서양미술의 역사를 바꾼 비엔나 분리파 화가들의 대표적인 걸작들을 국내 최초로 전시했는데 작품 수가 무려 191점이나 된다. 그중에 원화만 해도 100점 이상. 에곤 실레의 대표작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을 비롯해 그의 유화만 해도 20점 가까이 전시됐고 사진, 공예품, 포스터 등도 전시돼 있다.
비엔나 분리파 탄생의 배경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던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술계에는 보수적인 정서가 자리하고 있었지만, 몇몇 화가들은 종교, 신 등 기존의 전통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면으로 조명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르네상스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 무렵, 클림트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전통적인 화풍에서 벗어난 새로운 예술 세계를 탐구하고 선보였다. 이 예술가들은 비엔나 예술계에 모더니즘 열풍을 불러온다. 이들의 도전과 실험 정신 위에서 훗날 에곤 실레 같은 걸출한 예술가가 탄생한다. 클림트와 그의 예술가 동료들이 결성한 그룹을 ‘비엔나 분리파’라고 하는데 이 용어는 기존의 예술적 관습에서 탈피한다, 분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작품 감상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대표적인 회화 작품들을 살펴보자.
클림트의 작품들은 기대했던만큼 많이 걸려있지는 않았다. 국내에서는 클림트하면, 대개 입맞춤하는 연인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린 <키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었다. 대신 포스터에서도 대표작으로 등장하는 ‘수풀 속 여인’과 클림트의 초상화를 볼 수 있었다.
전시된 작품들 중 에곤 실레의 회화 작품들이 가장 많았고 그림이 주는 분위기가 가장 강렬하고 압도적이었다. 사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강렬한 색채와 어딘지 좀 뒤틀리고 때로는 그로테스크한 회화 작품에 끌리는 편이다. 그래서 반짝이거나 화려한 클림트보다는 에곤 실레가 내 취향에 더 가깝다.
정물화를 그려도 실레는 이토록 강렬하다. <국화>라는 작품을 보면 왠지 시들어 비틀린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검은 배경과 어우러져 더 강렬해 보인다.
<스스로를 보는 이 II>라는 작품을 보면 마치 유령 같은 존재가 어딘지 불안하고 고통스러워 보이는 인물의 어깨를 감싸안고 있는 모습이 왠지 섬뜩해 보인다. 특히 아래에서 뻗어 올라간 ‘손’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실레는 자신의 작품들에서 손을 유난히 강조해서 그린다. 그는 손을 내면의 심리를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했다고 한다.
자화상을 그린 <시인>이란 작품에서도 손이 화면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실레는 유년 시절 어머니와 따뜻한 정서적 교감을 나누지 못한 채 많은 갈등을 겪으며 성장했다는데, 어머니를 그린 그의 그림들에서 그러한 상황과 심리가 잘 묘사돼 있다.
<애도하는 여성>이란 그림을 보면, 한 여인이 도전적인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 여성의 뒤에 또 다른 얼굴 일부분이 보이는데, 실레의 전 연인이라고 한다. 그는 가난한 시절 자신을 뒷바라지했던 첫사랑을 버리고 중산층 여성과 결혼했다고 한다.
예술가들에게도 엄격한 도덕적, 유교적 잣대를 들이대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왜 이런 사생활을 가진 에곤 실레에는 열광하는 것일까? 이유를 모르겠다.
그밖에 코코슈카라는 작가의 작품들도 매우 강렬했다.
피에타라는 작품은 연극 <살인자, 여성들의 희망>을 위한 포스터라고 한다.
‘얼굴 인식’ 강연을 위한 포스터 역시 관객을 도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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